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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흑백요리사: 요리 계급 전쟁' 20인 결정전 후기

Sheryl Yun 2024. 9. 17. 23:28

 

 

 

 

추석에 넷플릭스 메인 화면에 우연히 떠서 보게 된 요리 경쟁 프로그램이다.

 

20인 결정전이 끝나는 3회 중반 정도까지 보면서 정말 재밌게 몰입해서 봤다.

 

처음에 100인의 참가자라고 해서 100명의 비슷한 참가자들이 나오는구나 했는데

 

소위 말하는 '재야의 고수'들은 80명이고 잘 알려진 사람들은 20명으로 따로 나왔다.

 

 

 

 

 

첫 등장 때도 스포트라이트를 받으며 화려하게 등장한  20명의 사람들은 '백수저'로,

 

자신의 분야에서 심사위원으로 활동할 만큼 네임드 요리사이고 (백악관, 청와대 요리사 등)

 

나머지 80명은 이른바 '흑수저'로 불리며 백수저와 달리 실제 이름 대신 자신이 지은 닉네임으로 불린다.

 

 

 

 

 

 

 

흑수저들도 사실 자신의 지역에서는 꽤 인정 받은 고수들이다.

 

연 매출 300억 사장님도 있었고 3년 동안 예약이 한번도 끊기지 않았다는 분도 나왔다. 

 

처음에는 백수저들이 자신들을 '내려다보며' 요리를 지켜본다는 것에 불만을 표하는 사람들이 있었지만

 

(백수저들의 입장은 달랐다. '기분이 좀 안 좋겠지만 억울하면 이 자리까지 올라오던가' - 너무 멋있다)

 

'내가 어떻게 해서든 올라가서 저들의 목을 따 온다(?)'고 말하는 흑수저들의 패기가 멋있었다.

 

 

 

여기의 참가자들을 보면서 한 분야에서 저렇게 자신감을 갖기까지 얼마나 노력을 했을까,

 

저렇게 심도 있게 몰입할 정도의 분야를 찾은 건 어떤 느낌일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심사위원은 단 두 명이었는데 한 명은 너무나 잘 알려진 외식업계의 대가인 백종원 님이었고,

 

다른 한 분은 국내 유일의 미슐랭 3스타 '모수' 의 안성재 님이었다.

 

백수저 요리사 중에 미슐랭 1스타인 분이 몇 분 있다보니 스타 갯수가 갑자기 헷갈려서 찾아봤다.

 

방송에 따르면 3스타는 어나더 레벨 정도가 아니라 아예 '다른 세상'이라고 한다.

 

 

 

 

3스타는 국내 유일이라고 한다.

 

방송을 통해 백종원 님을 더 많이 알고 있던 참가자도 안성재 님의 이력을 듣고는 다들 인정하는 분위기였다.

 

심사 과정 중 소금의 (정말 미세한) 간이라던지

 

요리에 아무 맛이 나지 않는 '꽃'을 올려놓았다는 사실 하나로

 

합격이 아닌 '보류'로 결정하는 모습에 보기만 하는데도 긴장이 됐다.

 

그리고 처음에 등장할 때는 약간 움파룸파 닮으셨다고 생각했는데.. (죄송)

 

 

 

 

 

심사하는 모습을 볼수록 장난 아니다(?)라는 생각이 들었다.

 

요리는 굉장히 엄격한 세계인 것 같다. 단순히 회사에 면접 보고 들어가서 취직을 하는 그런 느낌이 아니고

 

재료 손질부터 미세한 맛과 향을 내고 마지막 플레이팅까지 온전히 자기 책임인

 

흔히 말해 '곤조'가 좀 있어야 하는 직업인 것 같았다.

 

손맛이라고 하는 재능도 있어야 하고 뛰어난 미각도 필요해보였다.

 

잘 하기에 쉽지 않고 굉장히 멋있는 직업 같다.

 

 


 

 

그 외에 보면서 들었던 여러 가지 생각:

 

 

심사 기준은 오직 '맛'이라고 두 심사위원이 여러 번 강조를 했다.
근데 가끔 '출제 의도를 피해가는(?)' 학생들이 있었다. (비하 아님)
'맛' 외의 다른 것들로 경쟁하려는 사람들은 대부분 떨어졌다.

 

 

한 분야에서 요리를 익혀 그걸로 사람들의 인정을 받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어서인지
참가자들 대부분이 평가를 받는 입장인데도 자신감이 넘치고 신념이 있어보였다.
그러나 '겸손하지 못한' 사람들은 대부분 탈락했다.
아마 심사위원도 사람인지라 주관적이지만 약간의 괘씸죄가 적용되지 않았나 생각이 든다.

 

 

'장사의 신' 유튜브에서 여러 번 지적된 사항인데, 요리사가 자신만의 '곤조'가 있는 사람들이 있다고 한다.
즉, 내 요리를 먹어주는 사람은 다른 사람이지만 '나는 이게 맞다'고 생각해서 계속 그 방법을 밀고 나가는 경우다.

장사의 신에 나온 사람들은 이 곤조로 인해 장사가 안 될 지경이었지만, 이 프로그램에 나온 사람들은 자신의 장사가 너무 잘 되는 사람들이 나왔다. 그래서인지 자신감이 조금 넘치는 참가자가 몇 명 있었다.

예를 들어 100분 간 주어진 요리 시간을 알차게 쓰고 나오지 않는다거나,
'나는 파인다이닝인데 백종원 님은 대중 입맛에 더 익숙해서 평가가 잘 될지 모르겠다' 라고 말한 사람(방송 중간에 백종원 님이 웃으면서 '나도 좋은 요리 많이 먹어봤다'며 스스로 변호하심),
'나는 당연히 다음 회차로 넘어갈 것'으로 생각하며 엄청 빠르게 끝나는 에피타이저만 선보인 사람,
잘 구운 고기 하나로 승부를 본 사람 등 (안 셰프가 '조금 위험한 시도 아니냐'며 걱정했었다) 다양한 사람들이 있었다.

참가자들의 모습을 보면서 주어진 시간 내에 최선을 다해 자신의 모든 것을 보여주고 나오는 것도 실력일 수 있겠다는 생각을 했다.

 

흑수저 참가자들 중 백수저의 수제자인 경우가 몇 명 있었다.
이 분들의 경우 자신이 정성들여 키운 제자여서인지 스승인 백수저 요리사가 다른 참가자들에게는 눈길도 안 주고 제자를 응원하는 눈길을 볼 수 있었다.
이렇게 누군가 밑에서 배운 사람들은 모두 합격했고, 예전에 모셨던 셰프 앞에서(안성재 님의 '모수'에서 일했던 사람들) 공손한 자세로 심사평을 듣는 것을 보고, 뭔가를 잘 하려면 그 분야에서 프로인 사람에게서 배워야 한다는 것, 그리고 수제자로 키워지는 사람들은 대부분 겸손하다는 것을 느낀 것 같다.

 

 

 

굉장히 많은 참가자를 보았지만 '요리하는 돌아이'라는 닉네임을 가진 참가자가 생각나는데 자신만의 개성인지 요리하는 동안 상당히 부산스러웠다.

 

그 분이 요리하는 과정을 지켜보던 백수저 요리사들 중에서 이런 말이 나왔다.

 

'만약 실력이 있는 거면 멋있는 것이고 아니면 꼴 보기 싫은 것(ㅠㅠ)' - 다행히 요리 맛은 굉장히 좋아서 아주 사소한 이유로 보류였지만 추가 합격으로 다음 라인에 올라갔다.

 

 

 

 

 

5년 전 영상에 코스모폴리탄에서 찍은 영상이 있었다. (그러니까 흑수저도 엄청난 사람들이라니까...)

 

댓글에 목소리 좋다는 반응이 있었다. 개인적으로 교생을 해본 경험을 떠올릴 때 '자신이 굉장히 잘 하는 게 한 가지 있는' 스타일. 잘 되셨으면 좋겠다. 

 

 

 

 

 

 

우선은 여기까지 봤고 5화부터는 9월 24일에 공개이기 때문에 조금 천천히 보려고 한다.

 

최근에 토스 스타트업 서바이벌을 보고 이런 경연 콘텐츠에 빠진 것 같다.

 

세상에서 한 가지에 확실하게 두각을 나타내는 사람들, 그 사람들이 더 높은 곳으로 올라가려는 모습을 보는 일이 계속해서 즐거울 것 같다.